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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책 리뷰<그녀를 지키다> 돌, 예술, 역사가 얽힌 운명의 서사시

by Book and Movie 2025.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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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소설 《그녀를 지키다》는 돌의 속삭임부터 파시즘의 그림자까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작품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예술의 신성함, 역사의 폭력, 보호라는 이름의 감금을 오싹할 정도로 아름답게 직조한 문학적 걸작이다.

그녀를 지키다 책 이미지
그녀를 지키다(출처 교보문고)

1. 돌의 언어: 침묵의 목격자이자 공범자

주인공 미모 비탈리아니는 돌과 대화하는 조각가다. 그는 돌을 "땅속에 누운 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존재로 여기며, 돌의 속삭임에 귀 기울인다.

"돌은 늘 내게 말을 걸었는데, 석회암이든 변성암이든... 모든 돌이 그러했다. " (32면)

이 대목에서 돌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 증인으로 재탄생한다. 미모의 작품 《피에타》는 이런 돌의 본질을 응축한다. 하지만 바티칸은 이 조각상을 "흉기"라 규정하며 숨기려 든다. 신성과 폭력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2. 유폐의 역설: 보호인가, 감금인가?

소녀 비올라 오르시니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무덤에서 죽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그녀는 "보호"라는 명목으로 수도원에 격리된다.

"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 .. 그녀를 볼 권리가 아무에게도 없다는 점만 제외한다면야. " (47면)

이 대사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보호란 무엇인가?

비올라는 신비주의적 존재로 숭배되지만, 동시에 사회의 위협으로 취급받는다.

미모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예술적 천재성을 희생하며 권력과 타협한다.

두 인물의 관계는 예술가와 뮤즈이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중성을 띤다.

 

3. 시간을 가로지르는 맹세: 1918년에서 1951년까지

1918년, 미모와 비올라는 서로를 지키기로 맹세한다.

"미모 비탈리아니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조각가가 되도록 도울 것이며... 비올라 오르시니는 추락하지 않게 하겠노라. " (148면)

하지만 이 맹세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틀린다.

1922년: 파시스트의 로마 진격 (289면)

1930년대: 유대인 박해와 미모의 침묵 (408면)

1951년: 《피에타》의 영구 봉인 (549면)

시간여행자 비올라(363면)는 미모에게 "네가 새로운 세계의 탄생에 참여한다"며 경고한다. 예술가의 순수성과 정치적 협력의 딜레마가 교차한다.

 

4. 여성의 목소리: 관습이라는 최악의 폭력

비올라는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보호"의 허상을 고발한다.

"최악의 폭력은 관습이지. .. 난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 유일한 비밀은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더라. " (595면)

그녀의 독백은 가부장제의 위선을 정면으로 찌른다. 가족, 종교, 국가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옥죄는 시스템은 "보호"라는 미명 아래 폭력을 정당화한다.

 

5. 문체의 마법: 돌처럼 차갑고 불처럼 격정적인 서사

앙드레아의 문체는 조각칼처럼 정밀하다.

역설적 이미지: "성모의 온화함"과 "흉기"의 공존 (292면 vs 166면)

역사적 픽션: 실제 사건(파시스트의 로마 진격)과 허구를 교묘히 짜깁기

상징의 다층성: 돌=기억, 《피에타》=죄의식, 시간여행=과거의 유령

 

6. 독백: 나는 왜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나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예술의 윤리에 대해 고민했다.

예술가란 사회의 거울인가, 협력자인가?

위대한 예술은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지는가?

비올라와 미모의 관계는 마치 현대 예술계의 알레고리처럼 느껴졌다. 작품의 끝에서 《피에타》가 영원히 봉인되는 장면은, 예술이 치러야 하는 대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7. 추천 독자: 이 책을 가슴에 품어야 할 사람들

예술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이

역사 소설과 철학적 질문을 동시에 원하는 독자

여성의 목소리가 억압된 방식을 알고 싶은 이

"보호"라는 이름의 폭력을 경험한 모든 이

 

결론: 돌이 지켜본 세기의 기록

《그녀를 지키다》는 한 조각가의 이야기를 빌려 20세기 전체를 해부한다. 돌은 침묵 하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비명과 속삭임이 갇혀 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당신은 돌이 전하는 경고를 듣게 될 것이다.

 

"누구를 지킨다는 것은 결국 누구로부터 지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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